오늘의 피아노 연습은 '만족과 불만족의 어정쩡한 조화'였다.
먼저 부르크뮐러를 연습했다. 8번곡이고, 표제는 "아름다움"이다.
전혀 쉽지 않았다, 이 말이야.
화음을 한 번에 치는 것 자체는 이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자리바꿈이었는데, 연습을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큰 부담이 없었다. 애초에 왼손이 그렇게 도약하면서 이동하는 곡도 아니었다. 오른손은 32분음표를 낭랑하게 연주하기 힘들어서 조금 고생했지만, 이 또한 연습을 반복하며 거의 해결된 부분이었다. 가끔 b플랫을 깜빡하는 것 말고는 레슨 받기에 큰 지장이 없어보였다.
문제는 레슨 때 드러났다. 분명히 연습 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자꾸 왼손이 지맘대로 도약을 시도하는 거다. 첨부한 영상의 38초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왼손의 이동이 거의 없이 비슷한 자리에서 손가락 번호만 바꾸면 되는데, 대체 뭐가 헷갈려서인지 왼손이 5도 위로 갔다가, 옥타브를 뛰었다가, 혼자 난리를 치는 거다... 무슨 기생수마냥. 지금 생각해보면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생긴 일인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선생님께 "아니, 진짜 연습 때는 안 이랬는데요ㅠ"하고 항변해봤자 먹히지 않았다...^^
왼손 문제가 튀어서 왼손만 적었지만, 오른손도 썩 훌륭하지는 않았다. 왼손이 곡을 흐트려놨으니 오른손이 따라가기 힘든 것도 당연한 일이다. 천천히 연주해도 이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부르크뮐러는 진도를 나가지 않고, 8번 곡을 한 번 더 연습하기로 했다. AH-NUAH.
다음으로 레슨을 받은 건 소나티네인데, 사실 어떻게 레슨을 받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ㅎㅎ). 늘 그랬던 것처럼 소나티네는 칠수록 어렵고, 그 와중에 뭔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1악장 발전부에만 머물러있을 수는 없기에 1악장의 재현부까지 전부 진도를 나갔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질문이 점점 늘어간다. 왜 소나티네는 연습할수록 처음의 가벼움을 잃게 될까? 왜 레슨할 때,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던 실수가 튀어나올까? 내가 너무 이상하게 연습하는 걸까? 이 질문들은 결국 내 스스로 답을 깨달아야 하는 질문들이다... 그러니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손이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피아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0927 1차 응애반주자 (0) | 2019.10.05 |
---|---|
190924 손가락이 밀려요 (0) | 2019.10.05 |
190918 쓰린 역풍을 맞고 (0) | 2019.09.24 |
190911 한 책만 팬다 (0) | 2019.09.24 |
190910 귀와 손가락 사이 (0) | 2019.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