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아노

190827 불성실한 성인은 언제쯤

by 문수😁 2019. 8. 28.

 오늘도 1시간 30분 짜리 컴팩트 연습을 했다. 선택과 집중의 대상은 체르니30과 반주법, 소나티나. 하농, 부르크뮐러는 다음 레슨 때 가자마자 연습해야쥐.

 

 일단 체르니30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1번부터 지금 연습하는 4번 곡까지 쭉 쳤는데, 새끼손가락 타건이 너무 약해서 당황했다. 새끼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1번 곡이 어려워졌다. 간신히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그 1번 곡이! 어이가 없었다. 2번 곡은 오히려 괜찮았는데, 새끼손가락 타건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저번에도 대충 넘겼다고 느꼈던 3번 곡은 오늘 치니 더 엉망이었다. 적어도 3번은 다음번에도 계속해서 쳐봐야할 듯.

 진도를 나가는 4번 곡은 엄지손가락을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어렵다. 3번 곡에서 연습했던 '다음마디 미리 보기'는 점점 나아지는 느낌이어서 다행이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또 첫번째 페이지는 상대적으로 여러번 연습해서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칠 수 있는데, 두번째 페이지를 칠 때는 선생님이 지적하실 정도로 몸이 긴장한다. 그러다보니 소리도 더 투박해지고 실수도 많아졌다. 아니 근데, 두번째 페이지가 진짜로 더 어려움 ㅠㅠ 아무튼 5번 곡으로 넘어가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다음번에도 4번을 연습하기로 했다.

 

 다음은 지긋지긋한 반주법 차례. 이제 "Green Green Grass Home"은 노래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고, 화음 연타도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처럼 음들 간의 딜레이가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E플랫 코드가 정말 손에 안 익는다. 문제다... "미플랫-솔-시플랫"을 "시플랫-미플랫-솔"로 자리바꿈해서 치고 있는데, 자꾸 솔이 아니라 파를 친다. 칠 때마다 불협화음 오져...

 양손반주는 오늘 처음 해보는데도 그럭저럭 들어줄만했다. 하지만 왼손코드가 아직도 어색해서, 반주법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아주 엉망진창이 된다. 그래도 서서히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이 이 정도면 되었다며 다음곡으로 넘어가셨고 다음곡은 놀라울 정도로 쉬웠다. 지금까지 쌩고생한 게 약간 억울해질 정도로 ㅋㅋ 근데 다음곡 제목이 뭐였지?? 헉쓰. 제목 까먹음^^

 

 마지막으로 소나티나를 연습했다. "Sonatina in G"의 1악장은 연주가 많이 나아졌다. 실수가 계속 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들을 부드럽게 넘어갔다. 하지만 2악장은 아직도 모데라토 속도로 치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진도 빼자면 못 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곡다운 곡을 쳐보는 건데 좀 더 완성도 있게 쳐보고 싶었다. 선생님께서 "어떻게 할래, 그냥 다음곡으로 넘어갈까, 아니면 완성도를 높여볼까?"라고 내게 선택권을 넘기셨고, 칙칙한 성인은 "...완성도요..."라고 답해버린 것이에요.

 그와중에 교재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클레멘티의 Op.36 no.1 1악장을 혼자 쳐봤다.

자주 등장하시는 유자왕 온니

 그 유명한 "도미도솔솔 도미도솔(높은)솔" 있잖아! 치면서도 너무 감격스러웠다. 선생님한테 "쳐봤어효"하고 수줍게 자랑하자, 선생님이 당신 앞에서 다시 쳐보라고 하셔서 선생님 앞에서 (첫 큰악절만)연주해보기도 했다. 근데 초견이나 다름없는 곡인데도 내가 너무 빠르게 쳐서, 선생님이 속도를 늦추라고 주문하셨다. 속도를 모데라토 정도로 늦추니까, '어 해볼만한데...?' 싶었다. [자신감이 완전히 고취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고지식하고 칙칙한 성인이어서, 걍 교재 진도를 순서대로 나가는 게 더 좋다. 클레멘티 씨, 조금만 기다리셈. 제가 조만간 연주해드리겠습니다. 아우, 빨리 치고싶어 죽겠삼.

 

 자꾸 칙칙한 성인 어쩌구를 적는 이유는, 학원에 7세 어린이가 들어왔는데 넘 생기발랄 앙증맞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아이가 얼마나 성실한지, 진도카드를 정직하게(!!!) 연습하고 색칠하는 걸로 모자라서 "더 치면 안 돼요...?"하고 부탁을 해가면서까지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내가 장래유망한 피아니스트의 첫 시작을 목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진도카드를 채울 때 1번 연습하고 5칸 색칠하는 아이들이 우리같은 일반인이고, 3번 연습하고 5칸 색칠하는 아이들이 피아니스트가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저 친구는 5번을 진짜로 연습하는 걸 넘어서 추가로 더! 연습하고 간다잖아... 7살이!!! 세상에 세상에. 더 친해져서 친필사인받고 사진도 찍어야지.

 

 그나저나 이 칙칙한 성인은 이번주도 다음주도 주1회밖에 연습을 못하는데, 불성실한 성인은 이만 갑니다... 홀홀

'피아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0910 귀와 손가락 사이  (0) 2019.09.15
190903 1차 목표 달성하기  (0) 2019.09.15
190823 있을 때 잘하자  (0) 2019.08.24
190822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과 집중  (0) 2019.08.23
190820 실수와 부담감의 상관관계  (0)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