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5시에 학원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은 모든 교재를 연습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오늘 레슨받은 교재는 하농, 소나티나, 체르니30 뿐이었다. 반주법 언제 해? 내일... 부르크뮐러 언제 해? 내일...
하농 9번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화요일 연습과는 다르게 4번-5번 손가락이 순조롭게 벌어졌다. 부점 연습, 박자 변주, 이음줄과 스타카토 연습 모두 지난번보다 여유로웠다. 하지만 아직도 악센트 표현이 어렵게 느껴진다.
하농을 연습하며 첫음에 악센트를 넣는데, 음이 투박하고 거칠게 들린다. 어떻게 하면 악센트를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을까? 일단 셈여림 표현이 손에 익어야 한다. 요즘 들어서 연주를 녹음해보고 있는데, 나는 나름 피아노(p)와 포르테(f)를 구분해서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녹음본을 들어보면 메조 피아노(mp)와 메조 포르테(mf) 언저리에서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셈여림이 자유롭게 구사가 안 되니, 악센트를 원하는 만큼 살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9번에서 악센트만 붙잡고 있을 수 없으니 일단 10번으로 넘어갔지만, 앞으로 신경쓰며 연습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 소나티나! 저번에 소나티나를 꽤 잘 연주했는데, 레슨(+녹음)을 하는 순간 연주가 와르르 무너져서 당황스러웠다고 적었다. 이번에는 그 정도의 무너짐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부분에서 실수를 반복하고, 피아노(p)와 메조포르테(mf) 사이 차이를 느끼기 힘들게 연주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저번보다 이음줄 연주가 어려웠다. 선생님은 굳이 지적하지 않으신 것 같지만, 뭔가 저번에 비해서 이음줄 끝음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왼손 소리 크기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아서 뿌듯했다. 솔직히 나만 느낀 변화같기는 한데 ㅎㅎ...
썩 만족스러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끼셨는지, 2악장으로 넘어갔다. 4분의 4박자였던 1악장과 다르게, 2악장은 8분의 6박자다. "강 약 약 중강 약 약", 익숙하지 않나? 바로 8분의 6박자의 기본 강세다. 사실 예전에는 8분의 6박자와 4분의 3박자를 구분하기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할 줄 안다.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다른 포스팅에 적어봐야쥐.
2악장은 1악장에 비해 훨씬 적게 들어봤는데, 그래서인지 1악장보다 초견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속도를 확 늦춰서 이 곡을 연주했다. 아마 라르고 정도였을 것이다 ㅋㅋ 느리게 느리게 곡을 치는데도 음표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힝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왼손 반주가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화음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왼손에도 멜로디가 있는 느낌이었다(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1악장보다 왼손이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만 하고 재미는 쥐뿔도 없는 체르니30을 치다가 소나티나를 치면, 아무리 낯설고 어려워도 멜로디와 함께 마음이 정화된다.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체르니30이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그 어려운 체르니30을 연습했다. 4번 곡에서 계속 머물러있던 탓이다. 4번은 1, 2, 3번 곡에서 연습했던 기술들을 다시 연습하는 느낌이었고, 살짝 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느껴지기만 했다.
오랜만에 연습하는 곡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악보를 보는 기분이었다. 또다시 음표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빠른 속도로 가볍게 쳐야 맛이 사는 곡인데, 그걸 챙길 정신이 전혀 없었다. 레슨을 하는 도중 선생님이 나를 보시고 "음표 못 읽었지! 다음 마디 못 봤지!" 하시면서 깔깔 웃으셨다. 쌤, 저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니까요? 아무튼 이 글을 쓰면서 유자왕의 체르니 4번 연주 영상을 보고 있는데, 역시 교과서는 다르다.
유자 언니가 나의 체르니를 볼 일이 영원히 없기를 바란다.
반주법과 부르크뮐러25는 두어번 연습해보고 덮었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은 이제야 귀에 익는 것 같고(하지만 손에 익지는 않고), 부르크뮐러는 이음줄&스타카토&엇박의 향연으로 여전히 어렵다. 내가 치는 게 팔분음표인지, 부점연습인지 구분할 수가 없네.^^ 나 진짜 박치가 아닐까? 나가면서 선생님께 부르크뮐러 연습의 미흡점을 자진신고했더니, "넌 문제점을 너무 잘 알아!" 하시면서 또 깔깔 웃으셨다. 사실 나... 코미디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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