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5 돌아온 탕아
이 글을 쓰면서 들은 곡은 “사랑의 로망스” 기타 버전
피아노 연습 일지를 안 쓴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는 정말 바빠서 못 쓴 거였는데, 그 이후로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안 썼다. 쓴다 해놓고 자꾸 미루게 되던데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차일피일 일지 쓰기를 미루던 중에, 오늘 이영도 작가의 팬픽션 피드백 (https://britg.kr/award/2020fanfic/)을 보고 갑자기 아무 글이나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계기가 뜬금없지 ㅋㅋㅋ 난 이영도 작품은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는데, 피드백을 보니 묘하게 글 한번 쓰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이 잠시 문을 닫았을 때를 제외하고, 1년 동안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래서 작년 10월과 지금은 실력 차이도 크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의 범위도 확실히 다르다. 그때 쓴 일지를 보니 이런 곡들을 치고 있었다.
하농: 11번 연습곡
반주법: “다시 만납시다”
소나티네: 클레멘티 op. 36 no. 1 1악장
부르크뮐러: 9번 “사냥”
체르니 30: 5번
그리고 지금은 이렇다.
하농: 39번 연습곡
반주법: “Moon River”
소나티네: 잠시 휴식 중 ^^
부르크뮐러: 10번대 중반까지 치다가 선생님이 굳이 칠 필요가 없다 하셔서 뺌.
체르니 30: 24번과 26번이 남은 상태에서 일시 중지(!)
+
피아노 소곡집: “엘리제를 위하여”
그래서 요즘은 거의 하농+반주법+피아노 소곡집을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
설명이 필요한데, 하농은 12번부터 39번까지 29개 연습곡을 전부 친 건 아니고 10번대 후반을 연습하다가 갑자기 31번 연습곡으로 뛰었다. 체르니 30에 비하면 몇 곡 연습하지 않은 셈이다. 하농을 몇 개월간 거의 건드리지 않았는데, 지루해서 그랬다… 그 업보는 요즘 39번을 연습하며 돌려받는 중이다. 39번 진짜 너무 어려움. ㅠ 눈물 남.

그리고 체르니 30은 선생님의 권유로 잠시 중단했다. 여름방학에 체르니를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7월 첫째 주에 10곡이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체르니를 일주일에 한 곡씩 해치우고(이보다 적합한 표현이 없음) 있었을 때라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었고, 실제로 8월 마지막 주에 2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무리 지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너 체르니 40 들어가면 학원비도 오르는 거 알아?”
“네????”
그런 이유로 체르니 30의 남은 2곡은 천천히 나가기로 했다. ^^ 약았다고 욕해도 괜찮음 ^^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하신 부분 ^^ 사실 여름방학 내내 거의 체르니만 연습하느라, 소나티네나 반주법처럼 상대적으로 ‘음악적’인 곡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체르니 40을 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다른 곡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으니, 체르니 30을 쉬는 동안 다른 곡으로 음악성을 채워보자는 게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그렇게 새로 연습하게 된 교재가 바로 피아노 소곡집이다. 맨 처음에 썼던 일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에 처음 쳐보는 교재는 아니다. 체르니 100을 열심히 치면서 소곡집에서 “사랑의 로망스”, “비창 2악장”을 같이 연습했기 때문이다. 파헬벨의 “캐논”도 쳤는데 그건 내가 치다가 질려서 그만뒀던 기억이 있다. 제대로 연주하지도 못하는데 질려서 그만뒀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오만 그 자체 ㅋㅋㅋ
아무튼 그때는 내 실력보다 어려운 교재라 생각해서,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소곡집은 자연스레 그만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교재의 곡들을 지금 다시 연습해보니, 손에 착착 감기고! 악상도 귀에 들려서! 이전과 다르게 힘겹게 연주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늘었다는 거지, 흐흐… 1년 전만 해도 소곡집의 곡을 초견하려면 안간힘을 써야 했는데, 이젠 꽤 빠른 속도로 악보를 볼 수 있다. 엄청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싶었다.
소곡집에서 처음 고른 곡이 바로 “엘리제를 위하여”였는데, 이 곡을 고른 첫 번째 이유는 이 곡이 선생님 마음에 든 것 같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소나티네에 한이 맺힌 만큼 “엘리제를 위하여”에도 한이 맺혔기 때문이다. ㅋㅋ 진짜임. 한이 맺힌 이유는 소나티네와 비슷한데, 그 곡을 연주할만한 단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그걸 쳐보자고 말씀해주지 않아서 결국 손도 못 대보고 피아노 학원을 끊었다. 그냥 내가 먼저 연습하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데 초등학교 3~4학년의 나는 생각보다 소심했나봐.
아무튼 그래서 지금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습하고 있다. 쉽게 편곡한 버전이 아니라 원곡 연습함 ^^ 자부심 가득 ^^ 그 곡을 연습하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는 다음 글에서부터 적어야겠다.
1년 동안 피아노 진도가 어느 정도로 달라졌는지 써봤다. 사실 많은 부분을 생략했는데,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과 “피아노 소나타 다장조”를 시도했다가 고전하고, 결국 때려치우고, 뭐 이런 부분들… 근데 여기에 적기엔 내용이 너무 길고, 나도 지치고 해서 일단 나중으로 미뤄본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연습일지를 쓰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등록금 다 내고서~ 온라인 강의만 열심히 듣느라~ 낮에도 여유 시간이 생겨서 덩달아 피아노 학원을 거의 매일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일지를 쓰면 난… 기절할지도 몰라. 그래서 일주일 연습을 정리하는 겸 가볍게 일지를 쓰는 게 목표다. 이번엔 좀 오래오래 쓰고 싶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