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01 2차 응애반주자
오늘 주어진 연습시간은 약 1시간 30분으로, 모든 교재를 다 건드리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오늘의 선택과 집중은 바로 하농과 반주법.
두 권을 잡고 연습하다가 먼저 하농을 레슨받았다. 듣자마자 선생님께서 하신 말은, "터치는 정말 좋아졌는데, 왜 이렇게 모든 음을 꾹꾹 눌러서 치니(이 말 하시고 잔뜩 웃으셨다 ㅋㅋ)?"였다. 헉, 그런가? 생각해보니 악센트나 2/4박자의 '강-약'을 살리지 못하고 모든 음을 따박따박 친 것도 같았다. 하농을 선생님 앞에서 칠 때마다 듣는 지적인데 또 '너무' 열심히 연주했나보다... 선생님이 부점연습과 기타 변주 연습들을 모두 해봤냐고 물어보셔서 "넹 ㅠㅠ"하고 대답했더니, 그렇게 연습했는데 왜 이렇게 치냐고... 하셨다...
한 번 더, 강약과 흐름을 살려서 좀 더 빠르게 연주해보라는 엄명에 최대한 그렇게 연주했더니 엥, 내가 너무 잘 치는 거예요? 물론 중간중간 박자를 놓치거나 음을 잘못 짚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벅차지 않았다 ㅋㅋ. 다음 시간에 한 번만 더 연습해보기로 하고, 하농 레슨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갑자기 사랑에 빠지게 된(ㅋㅋㅋㅋㅋ) 반주법 차례. "다시 만납시다"라는 명곡을 치면서 아주 감화되어 있었다. 웃지마 진심이니까... 특히 (이 직전 연습일지에 썼듯)왼손 반주에서 내가 직접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는 게 정말 뿌듯했다.
저번 시간에 기록해놨던 대로 반주를 맞춰보는데, 중간중간 손이 바쁜 부분들이 있었다. 한 마디에 코드가 두 개 있는 부분들이 문제였다. 클라이맥스 부분의 반주 방식만 바꿨을 뿐, 나머지 부분들에서는 여전히 '한 코드의 낮은 근음을 찍고 원래 자리로 도약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드가 후두둑 나오면 덩달아 허둥지둥하곤 했다.
레슨 때 선생님 앞에서 이 곡을 치면서는 더욱 허둥지둥했다. 4/4박자 곡의 한 마디 안에서 도약을 연속으로 하려니 반주가 너무 무거워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이 부분들의 반주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선생님 가로사대: "꼭 도약을 해야 해?"... 네? 도약을 안 하면 4/4박자 반주를 어케 해요?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굳이 모든 음을 다 칠 필요는 없으며, 왼손 반주가 없으면 없는 대로 오른손 멜로디를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다.
내가 나중에 봐도 뭔 말인지 모를 것 같으니 예시를 한 번 들어볼까? 한 마디에 C코드와 F코드가 연속으로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이제까지는 '낮은도-가온도-미-솔'을 치고 바로 '낮은 파-가온도-파-라'를 치는 방법만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직접 보여주신 방법은 이거였다. '낮은도-가온도-미-솔'을 치고 바로 '가온도-파-라'를 치는 거다!!! 미췬 완전 천동설에서 지동설 맞이하는 기분임 진짜!
이 방식의 문제는 왼손 반주에서 8분음표 한 박자가 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럼 8분음표 한 개가 비잖아요!"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굳이 그걸 다 채워야해?"라고 답하셨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오른손 멜로디로 F코드 중 한 음을 칠 건데 굳이 왼손으로 빠닥빠닥 다 채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여백의 미를 새기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반주는 한층 더 세련되어졌고, 연주하기도 편안했다. 반주법을 시작한지 몇 개월 째인데 이제야말로 반주의 세계에 접어든 기분이다. 근데... 이건 걍 하는 말인데, 반주법은 좀... 곡빨을 타는 것 같어... 내 취향에 맞는 좋은 곡 치면 나도 반주법 연습하고 싶어지는데 저번 "아름다운 사람"은 진짜 좀... 암튼 그래.
+) "다시 만납시다" 코드가 뭐였는지 헷갈려서 악보를 보려고 구글에 쳤는데 딱 두 개가 떴단 말이야? 근데 그 중 하나 사이트 이름이 "조선" 어쩌구... 사이트 메인에 인공기 있고... 심지어 대박 무서운 점: 이 글 쓰면서 다시 찾아서 들어가봤더니 warning.co.kr 떴음. 저 진짜 아니거든요... 믿어주세요 이런 미칑 대한민국 사랑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