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24 손가락이 밀려요
오늘은 하농 빼고 모든 교재를 다 건드렸다. 요만큼씩.
먼저 체르니로 손을 풀었다. 이제까지처럼 1번 곡부터 순서대로 치려다가, 처음으로 2번 곡부터 시작해봤다. 그랬더니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가 없었다. 2번 다음에 1번을 쳐보니 저번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러니까 문제는 1번 곡에 대한 기복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조금은 있겠지만), 무슨 곡으로 '먼저' 손을 푸느냐 였던 것이다. 한 달 만에 진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현재 연습 중인 5번 곡을 쳐보는데, 묘하게 리듬이 안 맞았다. 템포와 상관없이 음표의 리듬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1번곡을 처음 연습할 때 그 느낌이었다. 머리로 리듬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손이 안 따라올 때의 그 느낌! 하지만 이건 정말 다른 방법이 없다... 해결법은 오직 연습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레슨에서는 연습할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박자가 조금씩 밀렸고, 그래서 다음 시간에도 5번 곡을 쭉 치기로 했다.
다음으로 소나티네를 펼쳤다. 가볍게 통통 연주해야 하는 곡인데, 그 느낌을 살리기가 참 어렵다. 처음의 산뜻함을 끝까지 가져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연습할수록 생각이, 혹은 부담이 많아져서일까? 게다가 점점 손끝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치다가 조금 빡쳤다... 진짜 조금.
그 와중에 저번 시간에 처음 들어간 재현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음만 달라진 거지 손가락 번호는 거의 똑같았는데도 이상하게 낯설었다. 제시부보다 한 옥타브 낮아져서 시작하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건 연습하면 해결될 것 같은데, 점점 둔해지는 소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소나티네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가운데, 발전부에서 뭔가 발전(ㅋㅎ)을 찾았다.
이 악보의 5~6번째 마디 부분에서 발전을 찾았다는 것이다. 원래 이 부분을 전부 포르테로 쳤었는데, 강약 조절을 요로코롬 넣어봤더니 그게 을매나 맛있게유? 곡이 조금 더 찰떡같아져서 아주 마음에 든다. 우하하^^ 하지만 이것은 정말 미미한 발전이었고, 레슨에서는 늘 그렇듯이 그냥... ㅎㅎ...^^... 하고 넘어갔다. 실수는 저번보다 훨씬 줄었지만 뭔가 코멘트를 할 만큼 특색있는 연주도 아니었다.
다음은 부르크뮐러25. 8번 "아름다움"은 오른손가락이 유려하게 움직여야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의 열 손가락은 둔하디 둔하도다... 언제쯤 가볍고 유창하게 스케일을 할 수 있을런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에서 낭랑한 소리가 나는 게 정말 너무 부럽고(나아가 질투난다).
왼손의 화음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되어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저번 레슨 때 유난히 실수가 잦았던 부분도 이번 연습 때는 무난히 넘어갔다. 어느 정도 손가락이 적응한 것 같아서 대충 안심하고 반주법 교재를 펼쳤다. 하... 이때 '대충' 안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애증의 반주법! 반주법을 각잡고 연습하는 건 대략 3주 만이다. 3주 간의 공백을 증명하듯, 왼손 코드 반주가 엉망진창이었다. 도약은 커녕 기본 반주도, 오른손의 박자도 정돈되지 않은 이 느낌...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곡이었는데, 분명히 "Green Green Grass Home"보다 쉬운 곡인데도 훨씬 어려웠다. 이건 정말 연습이 부족했던 탓이라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C, D, F, Am 코드는 정말 수도 없이 쳐봤던 건데, 오늘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어색했다. 매우 충격적... 이는 전부 제 잘못이요 제 불찰이니 할 말은 오직 "연습 졸라 열심히 할게요." 뿐이외다...
그렇게 연습 한 번 하고 한숨 한 번 쉬는 와중에, 선생님이 레슨을 하자며 방에 들어오셨고(TMI: 오늘은 하이든 방^^) 나는 오들오들 떨었다. 선생님 앞에서 반주법을 보여드릴 자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ㅠ... 하지만 결국 보여드렸고,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왜 저번보다 쉬운 곡을 더 못 치냐고 물어보셔서, 3주만에 연습하는 거라고 이실직고했더니...이하생략.
다음으로 조용히 부르크뮐러를 펼쳤는데, 아니... 왜 이리 못 치지???!? 저번 레슨 때 한 실수를 이번에 또 했다. 결국 20분 집중 연습 엄명을 내리셔서, 체르니와 부르크뮐러만 20분동안 죽어라 연습했다.
그리고 간신히 부르크뮐러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휴~ 진도를 넘어갈 수 있었다... 9번 곡의 표제는 "사냥"이고, 지금까지 했던 부르크뮐러 곡 중 가장 분량이 길다.
약 한 페이지 반 정도의 분량이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ㅋㅋ) 연습해야 한다. 근데 이거... 오늘 생짜 초견인데도 내가 너무 잘하는 거다! 동시에 선생님이 어떻게 이 곡을 해석할지 물어보셔서, 신기하고 신선했다. 나는 이 곡을 "사슴이 잡힐랑 말랑하다가 거의 잡혔다가 다시 도망쳐서 뛰어노는 느낌"이라고 해석했다. 후후^^
이렇게 또 오랜만에 3권 이상의 교재를 건드려보았다. 그런데 확실히, 피아노를 막 시작했을 때처럼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는다.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게 가능하지도 않겠지? 이것에 아쉬워하는 대신, 하루하루 연습하며 한 곡 씩 느리게 배워가는 것에 감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