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90903 1차 목표 달성하기

문수😁 2019. 9. 15. 17:40

 몇 주 동안 애매하게 바빴다. 각잡고 글 쓸 시간이 없는 정도, 딱 그 정도로 바빠서, 그 사이에 레슨을 3번 받았는데 블로그에 전혀 일지를 올리지 못했다. 기억을 되새기면서 3개의 연습 일지를 써보도록 하겠다... 흑흑.


 결론부터 말한다. 나 소나티네 들어갔다!!

 

 일주일만에 겨우 연습 시간을 냈는데, 연습할 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밖에 없었다. 저번주 연습 시간을 통틀어도 1시간 30분 내외여서 심각하게 연습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2시간 반...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도 어정쩡한 시간이라 하농 깔짝, 체르니 깔짝, 소나티나까지 깔짝대다 선생님한테 들켜서 소나티나를 검사받았다.

 베토벤의 "Sonatina in G". 치면 칠수록 멜로디가 맴도는 좋은 곡이다. 하지만 연습 부족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음이 너무 무겁고 투박하게 들린다고 지적하셨다. 엉엉... 어떻게 방학인데 학기 중보다 연습을 덜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할수록 아쉽다. 아무튼 이 곡을 너무 질질 끌기도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이만 "Sonatina in G"를 접자는 의사를 보이셨고 나는 잉잉 울면서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실망은 채 10초도 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이제 소나티로 넘어가도 되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네? 소나티네요??? 지금까지 달려온 6개월을 단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소나티네 교재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ㅋㅋ). 여러 곡들 중 내가 쳐보겠다고 마음먹은 곡은 바로 클레멘티의 소나티네(Op. 36 no.1)였다. 도미도솔솔 도미도솔솔 그 노래 맞다. 저번 시간에 웅냥냥 뚜드려본 그 곡이 맞다. 이 유명한 곡을 드디어 연주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 설레었다.

셈여림의 차이가 없어서 그냥 프로그램으로 연주한 곡 같지만, 일단 악보와 함께 들어보자.

 지금부터 연주할 곡들은 더이상 한 번에 완주할 수 없는 단계들이다. 작은악장, 혹은 많이 나가봤자 큰악장,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연습하면서 완성하는 곡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은 1악장의 제시부만 연습했는데, 딱 쳤더니 딱 칭찬받은 거지, 내가... 터치가 좋고 힘이 실려있단다!! 특히 첫 네 마디는 "퍼.펙.트"하다고 함 ㅋㅋㅋ 이음줄이나 리듬이나 너무 잘 살렸대... 하지만 그 다음 마디부터는 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더 연습해야한다고 얘기해주셨다. ㅇㅋㅇㅋ. 그리고 오른손 왼손 각각 따로 연습해보고 끝났다. 단연코 오늘의 최고 소득이다...(감동의 눈물)

 

 그 다음은 환장할 체르니30. 일단 1번곡부터 순서대로 연주해봤다. 3번곡은 묘하게 저번주보다 나은 것 같지만, 썩 가시적인 발전이 있는 건 아니었다. 4번곡은 그렇게 못 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잘 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더이상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4번곡은 정말 질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쌤도 그걸 눈치채셨는지, "넘어가고 5번곡 칠래, 아니면 계속 4번곡 연습할래?"라고 내게 물어보셨고... 나약한 성인은 "그냥 넘어갈래요..."라고 대답해버린 것이다. 내가 졌다 이스애끼들아... 패배감을 느낀 채로 5번곡을 초견하는데, 왼손이 전부 다 셋잇단음표였다. 처음에는 박자가 너무 헷갈렸는데, 계속 연습하다보니 리듬감이 살아있어서 연주하는 재미가 느껴졌다. 그래, 네가 4번곡보다는 낫다.

 

 소나티네 때문에 미처 얘기를 못했지만, 사실 가자마자 연습한 건 하농이었다. 그 중에서 10번곡을 연습했는데, 세상에. 너무 못 치는 거다. 충격받았다... 3, 4번 손가락이 마취된 것 마냥 무거운 것이다. 부점 연습 등 여러 방법으로 연습하고 나니까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 하농 연습을 꽤 많이 했더니, 선생님 앞에서 레슨받을 때 이제 자연스럽게 악센트를 살린다고 좋아하셨다. 아싸! 기세를 몰아 신나게 11번곡으로 넘어갔다. 새로운 곡을 연습하니 갑자기 악센트가 실종^^ 음 하나하나 꾹꾹 눌러치는 하농 초보의 연주^^... 연습하자.

 

 마지막으로 잡은 교재는 부르크뮐러였다. 부르크뮐러는 여전히 6번곡인데, 왜인지 저번주보다 연주가 나아진 것 같은 이 넉낌?!? 왜 스케일이 나아진 것 같지? 어이없는 말이지만 정말 그랬다. 이때쯤엔 연습 막바지라 손이 풀렸을 시각이긴 했다. 아무튼 스케일이 더이상 벅차지 않고, 소리도 가벼웠으며 셈여림 조절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자, 손가락이 어찌나 무거운지. 미스터치가 속출했다. 어떻게 완주하고 나자 선생님이 살짝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더니, "한 번 더 쳐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예?? 덜덜 떨면서 다시 연주했는데, 내가 듣기에도 두번째 연주가 첫번째보다 나았다. 휴, 다행이다.

 간신히 6번곡을 마치고 7번 "맑은 시냇물"로 넘어갔다. 여기는 오른손이 전부 셋잇단음표다!

 

톡톡 튀는 작은 시냇물이 떠오르는 곡.

 6번 곡은 표제인 "맑은 시냇물"에 걸맞게, 멜로디가 참 예쁘고 리듬감이 좋다. 칠 맛 나는 곡이다(룰루~). 게다가 왼손이 엄청 간단해서, 익히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아싸뤼.

 

 연습을 마치고 약속이 있어서 후다닥 나가려는데, 한 친구(초등학교 6학년이란다)가 곡을 완성했나보다. 갑작스러운 미니 콘서트가 열려서 다시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연주를 듣는데 세상에, 너무 잘 치는 거다. 심지어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도 아니라고 했다. 무조건 6시에 출발해야 했는데, 곡의 프레이징을 너무 잘 살려서 계속 듣고 있었다. 결국 선생님이 중간에 억지로 날 보냈음... 기회가 된다면 그 아이의 연주를 끝까지 듣고 싶다. 뭔가 슈베르트 곡 같았는데(추가: 멘델스존 곡이래!), 정확한 제목이 기억 안 나네. 다음에 가서 그 친구가 무슨 곡을 연주한 건지 꼭 여쭤봐야지. 매번 느끼지만, 나보다 훨씬 잘하는 어린 학생들의 연주는 들을 때마다 작은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