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90823 있을 때 잘하자

문수😁 2019. 8. 24. 01:45
반주법 언제 해? 내일... 부르크뮐러 언제 해? 내일...

 그래서 오늘은 반주법과 부르크뮐러25를 했다.

 평소에는 하농 혹은 체르니로 손을 풀고 시작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가자마자 부르크뮐러를 펼치고 6번 곡 "앞으로 앞으로"를 연습했다. 6번을 더욱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피아노 학원에 가기 직전에 봤던 영상 때문이었다.

헉, 내가 쓰는 교재랑은 이음줄 표시가 좀 다른데?!

 어제 서툴게 칠 때도 나름 빠른 속도로 연주한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빠르고 가볍게 연주해야 분위기가 사는 곡이었다. 들으면서 "뭐야, 이렇게 치는 거였어?"라고 다섯 번은 말한 듯... 빠르고 가볍게 스케일이라니, 어려운 주문이다. 속도가 올라가면 손가락이 그만큼 무거워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손가락의 무게에는 변화가 없지만, 아직 빠른 속도를 견딜만큼 민첩하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앞의 큰악절은 그럭저럭 연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악절이었다. 이전 글에서 내가 박치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박자 감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날이었다.

이음줄&스타카토&엇박의 조화가 아름답도다.

 악보에는 분명히 8분음표가 적혀있는데, 내가 연주하는 건 점8분음표인지, 아니면 16분음표인지! 부르크뮐러에서 부점연습을 하고 있나? 치면서도 잘못 연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뭐가 맞는 리듬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 곡을 미리 듣고 왔는데도 그랬다. 결국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시기 전까지, 나는 계속해서 잘못된 리듬으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번 제대로 연주하고 나니 더이상 리듬이 헷갈리지 않았다. 그냥 이상하다 싶을 때 바로 질문할 걸^^ 성인 학습자는 이게 문제다. 괜히 혼자 해결하려다가 시간을 낭비한다.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였고, 선생님도 다음 레슨 때 한 번 더 연주하고 다음곡으로 넘어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의 부르크뮐러 연습은 여기서 마무리.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반주법 교재로 넘어갔다. 한 다섯 번째 뵈는 것 같은데 여전히 초면이신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연습했다.

 악보가 두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곡인데도 낯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오른손 멜로디가 전부 화음으로 이루어져서 깔끔하게 연주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반주법 교재에서 내림바장조 곡은 처음이라, B플랫, E플랫, F7, B플랫7 등의 왼손 코드도 낯설었다. 그나마 익숙한 F 코드는 평소와 다르게 "도-파-라"가 아닌 "라-도-파"로 쳐야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연습을 계속한 끝에, 오른손 화음은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왼손 코드는 많이 익숙해졌다. 솔직히 약간 자랑스러웠는데, 무턱대고 자랑하기엔 연주 결과물이 아직 턱없이 모자라서 그럴 수도 없었다. 곡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 페이지 중 전반부에 불과한 첫 페이지만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왼손 반주는 극히 단순한 쿵짝짝짝 반주였다(레슨 받으면서 좀 더 복잡한 반주로 바꿔보긴 했지만).

 첫 페이지를 어거지로 쳐내고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갔는데, 아. 너무 어려웠다. 화음이 자연스러워지고 왼손 코드가 익숙해졌다는 셀프 칭찬은 취소해야했다. 그와중에 박치 본능은 활개를 쳤다. 일단 화음을 이음줄 안에서 연주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세븐 코드는 왜 이렇게 많아?! 두 번째 페이지의 멜로디는 진짜 초면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반주법 한 곡으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줄이야 ㅋㅋㅋ!!!

 

 속으로 짜증을 내며 교재를 덮었는데,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있었다. 생각보다 반주법 연습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자 반주법 능력치는 전부 소진해서, 그냥 소나티나 교재를 펼쳤다.

 "Sonatina in G"의 2악장을 연습하는데, 오? 생각보다 연주가 괜찮았다.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연주하긴 했지만, 실수도 별로 없고 강약도 그럭저럭 살리고 나쁘지 않았다. 8분의 6박자도 극초반에만 잠시 헷갈렸을 뿐, 금방 페이스를 찾고 올바른 박자로 연주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괜찮다고 칭찬하시며, 속도를 좀만 올려보라고 주문하셨다. 악보를 다시 보니 속도가 Moderato였다. 모데라토 치고는 너무 느리게 연주했지... 첫 큰악절만 모데라토 속도로 연주해보고 오늘의 레슨은 여기서 마무리했다.

 

 방학동안 연습시간이 약 두 배 정도 늘어서, 그만큼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가고 내 개인 일정도 바빠지면서, 발전 속도가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심지어 다음주와 다다음주는 한 번 씩 밖에 연습하지 못한다. 발전은 커녕 퇴보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이게 집에 피아노 없는 취미생의 한계일까? 이래서 사람은 있을 때 잘해야하는 거다. 집에 피아노 있을 때는 내가 나중에 모차르트 음악을 듣게 될 줄 알았겠냐고... 건반에 스티커나 붙이면서 놀았지. 이제와서 당근마켓으로 피아노 검색하며 울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이거야. 꺼이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