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90814 토벤이를 향한 한 발짝 +) 거쉰 피협

문수😁 2019. 8. 15. 01:07

 오늘 진짜 더웠다. 체감 상으로는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다. 습도도 습도인데 온도 자체가 높아서 살이 익는 느낌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5분 여를 걸어야 한다. 역세권에 위치한 학원이 아니니까... 평소엔 이렇게라도 걷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의 더위는 그 생각을 싹 지워주는 아찔한 더위였다. 역에서부터 그 잠깐을 걷는데 길거리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학원 가자마자 에어컨 바람 앞에서 10분 정도를 쉬었다. 도저히 바로 연습을 할 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K-써머... 1가정 1에어컨이 아니라 1방 1에어컨이어야 한다 이 말이야...

 

 내일 가면 또 어떤 점이 달라질 지 궁금하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매일매일 이 궁금함을 안고 지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변화 요소 하나하나가 즐겁고 설렌다. 내일 의외로 막히던 체르니30이 잘 풀릴 수도 있고, 갑자기 부르크뮐러와 소나티나를 연주하면서 음악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혹은 하농부터 반주법까지 싹 다 엉망진창일 수도 있다. 

 어제 연습 일기(일지인지, 일기인지 잘 모르겠다)를 마무리하며 저런 말을 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의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연습하면서 손이 점점 풀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반주법은 제외하고. 반주법 교재에서 지금 치는 곡은 왼손 코드보다 오른손 멜로디가 더 어렵단 말이다...

1. 체르니30에서는 3번 곡을 깔끔하게 마쳤다. 중간중간 미스터치는 있었지만, 그래도 3번 곡의 목표였던 "다음 마디 확인하면서 연주하기"를 익혔다. 어제만 하더라도 음표 하나하나가 벅찼는데, 오늘은 곡의 흐름이 손에 익어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다니 신기한 일이다. 4번 곡으로 넘어갔고, 뭔가 초견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물론 능숙하게 악보를 읽는 단계는 당연히 아니지만ㅋㅋ 초견에 대한 부담감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처음 악보를 보는 것이니 느리고 서툴게 쳐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조금씩 갖추고 있다.

2. 부르크뮐러 5번 곡은 스케일과 손가락 번호를 연습하기 위한 곡이었다. 게다가 조성이 바장조여서 b플랫까지 신경 쓰는 게 일이었다. 오늘 이 곡을 처음 쳤을 때는 손가락이 잘 돌아가지 않았고, b플랫도 계속 못 치고 넘어갔다. 연습을 반복하면서 손가락 번호는 얼추 잘 맞추게 되었는데, 다만 스케일에 신경쓰느라 이 곡의 흐름을 잘 살리지 못한 게 살짝 아쉽다. 선생님이 지적하신 사항이기도 하다. 최대한 흐름을 살리면서 한 번 더 연주해 보고, 6번 곡으로 넘어갔다. 6번 곡은 양손 스케일이 있어서 5번보다 더 헷갈린다. 그리고 이음줄+8분음표+엇박의 합작이 정말정말 헷갈려서 손이 막 꼬인다... 다음 연습 때 고생할 것 같다.

3. 반주법 교재에서 지금 치는 곡은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다.

Tom Jones라니... 엄마랑 아빠는 아시겠지??

 그런데, 난 이 노래를 생전 처음 들어본다... 지금까지 반주법을 배우면서 연주했던 곡은 제목은 낯설어도 뭔가 귀에 익숙한 곡들이었는데, 이번 곡은 아무리 들어도 초면이다. 그러나 이번 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게 아니다. 문제는 오른손 멜로디가 전부 화음이라는 데 있다... 화음 연주는 앞으로 꾸준히 연습해야할 부분이다. 각 손가락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손을 놀리면 음들이 시간차를 두고 "대, 댕~"하고 울리기 때문이다. 화음을 화음처럼 연주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은 깔끔한 소리가 안 나온다. 다음에 갔을 때 선생님께 여쭤봐야겠음 흑흑

4. 소나티나 교재에서 오늘까지 연습했던 곡은 Albert Biehl의 "Sonatina in C"였다. 근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노잼력으로 따지면 체르니30과 하농이 넘사벽이니 소나티나 정도면 감지덕지 아니겠나... 하면서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연습해서 선생님께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다음 선생님이 지정해주신 곡은... 정말로... 꾸역꾸역 연습한 보람이 있는 곡이었다. 왜냐고?? Ludwig Van Beethoven, 그니까 그 베토벤이 만든 "Sonatina in G"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1악장, 2악장이 나뉘어져있다!!!!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오늘 피아노 연습의 최대 소득=베토벤의 소나티나를 쳐보게 되었어요^^ 물론 베토벤이 만들어봤자 소나티나는 소나티나고, 소곡이다. 하지만 베토벤이래잖아... 뽕을 가득 채워주는 이름 석자 베 토 벤.

이 곡은 1악장 뿐이지만 함 들어보고 내 기쁨을 이해해줘

 근데 내가 토벤이 곡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 곡은 정말로... "음악"스럽다. 지금까지 연습한 소나티나들은 곡의 단편에 가까웠다. 그런데 "Sonatina in G"는, 악장이 나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들린다. 저기 이음줄 보여? 꾸밈음 보이냐고. 토벤이 곡이다 이거야(참고로 초견인데도 잘 살렸다고 칭찬받음^^)...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접한 악보들 중에서 제일 길다 ㅋㅋㅋ 오늘치 뽕 다 찼음.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또(!) 한꺼번에 새 연습곡들을 나갔다. 무려 세 개 씩이나... 저번에도 체르니+부르크뮐러+소나티나를 전부 새로 나가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예정이다. 보인다, 다음 레슨에서 낑낑대고 있는 내 모습이... 또다시 지겨운 피(아노 어)린이 단계로 내려갈 예정이다. 피아노 학습의 역설은 언제쯤이면 덜 겪을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긴 올까?

 

+) 연습 얘기는 아니고, 오늘 하루종일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들었다. 이 곡은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벤쿠버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곡이다. 개인적으로 김연아 선수의 프로그램 중 탑3 안에 든다고 생각쓰(나머지 둘은 "죽음의 무도"랑 "아디오스 노니노")...

0:24부터 시작

 이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곡의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가벼운 턴 후 여유롭게 살코 점프를 뛰는 부분이다(동영상 2:44 부분). 아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딱 그 부분을 원곡으로 듣고 싶어서 1악장부터 3악장까지 계속 들었는데 도저히 들리지를 않는 거다... 내가 정신 놓고 있을 때 훅 지나가나봐 개빡쵸... 내일도 하루종일 거쉰 피협만 듣게 생겼다고, 답답해서... 그러니까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거쉰 피협의 대체 어느 부분에서 동영상 2분 44초 부분이 들리는지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댓글로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흑흑

++) 찾았음!! 거쉰피협 3악장에 문제의 그 부분이 나온다. 3악장 들을 때마다 반쯤 졸고 있었나 봄... 아유 속이 시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