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어쩌다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나?

문수😁 2019. 8. 12. 00:35

 올해 3월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피아노를 처음 치는 건 아니다. 2005년 12월부터 2009년 여름 즈음까지 쳤다. 그러니까 7살부터 11살까지 쳤다. 때려친 계기는 별 게 없었다. 체르니30의 열세번째 곡을 치는데, 몇 주동안 첫 페이지에서 진도를 나가질 않는 거다. 안 그래도 피아노에 별 흥미가 없었는데, 더더욱 지루해졌고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남들 다 나가는 소나티네도 못 치고 있었다. 이게 피아노 학원을 끊은 이유의 8할은 되는 것 같다. 소나티네 손도 못 댄 게 아직도 한이다... 진짜로.

 아무튼 그 이후로 피아노는 쳐다도 안 보고 살다가, 정확히 말하면 집에 있는 피아노로 동요 몇 곡 뚱땅거리다가, 그걸 팔아버린 이후로는 정말로 피아노와 연이 없이 살았다. 오히려 기타를 잠시 뚱땅거렸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갔지만(그땐 오아시스를 좋아했으니까 여느 밴드팬이 그렇듯이 기타를 만지작해본 거다)...

 

 그런데 갑자기 21살이 되어서 피아노를 치게 된 건,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을 너무 치고 싶어서였다. 현역 수능이 끝나고 재수하기 전에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나서부터 그랬다. 그 드라마를 본 것도 별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우에노 주리가 너무 좋아져서 대표작을 본 거였음... 쨌든 모차르트의 곡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또 재수 기간 내내 잊고 지내다가, 수능 다 보고 해 넘겨서 띵가띵가 놀다가 그 곡이 다시 생각나서 유튜브로 들어봤다. 근데 그게 너무 내 맘을 촉촉히 적셨다 이거야... 7살 때 피아노 연주가 멋있어보여서 무작정 학원으로 갔던 것과는 다른 동기였다.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을 꼭 연주하고야 말겠삼. 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피아노를 배워야겠는데 집에 피아노가 없으니 당연히 학원을 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초등,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지나쳤던 동네의 학원을 찾아갔다. 아 이것도 스토리가 좀 있는데 나중에 적어야쥐 ㅋㅋ 암튼 갔더니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밖에 없어서 좀 쪽팔렸다... 하지만 그런 각오도 없이 동네 피아노 학원을 간 건 아니었다. 걍 참았음ㅋㅋㅋ 요샌 좀 적응됨ㅋㅋㅋ

 가서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을 치고싶다고 말씀드렸더니, "2년은 쳐야할텐데..."하고 혀를 내두르셨다. 근데 뭐... 난 바이엘부터 쳐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2년 넘게 칠 생각도 당연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할 수 있다고 강한 의지를 자랑하면서 학원에 등록했다. 1주일에 2번 레슨, 2번 중에 하루는 원하는 만큼 자유연습을 조건으로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다. 바흐-헨델-모차르트-베토벤-쇼팽 방이 있는 그 학원에... 아 베토벤 아니고 하이든이었나?? 몰라 난 항상 바흐방만 감